중성자별, 펄서, 마그네타 — 한 도시 안에 태양보다 무거운 질량이 들어간다면
우리는 지난 편에서 블랙홀을 살펴봤다.
거대한 별이 죽음을 맞이하고, 중심부가 중력에 의해 붕괴하면서 결국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모든 거대한 별이 블랙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별은 블랙홀이 되기 직전의 극한까지 압축되면서도, 놀랍게도 붕괴를 멈춘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천체가 있다.
크기는 도시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질량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울 수 있다.
숟가락 하나 분량의 물질만 떼어낼 수 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질량을 갖게 될 정도로 밀도가 높다.
그리고 이 천체 중 일부는 1초에 수백 번씩 회전한다.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것은 지구의 자기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어떤 것은 우주를 향해 일정한 간격으로 전파 신호를 발사한다.
우리는 그것을 펄서라고 부른다.
또 어떤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천체 가운데 하나다.
이것이 바로 마그네타다.
오늘은 블랙홀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극한에 도달한 천체,
중성자별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별이 죽으면 모두 블랙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별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흔히 블랙홀을 떠올린다.
하지만 별의 죽음에는 여러 가지 결말이 있다.
태양과 비슷한 별은 긴 시간을 살아간 뒤 외곽층을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내고 백색왜성을 남긴다.
더 무거운 별은 훨씬 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중심부에서 핵융합이 계속되고,
점점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다가,
마침내 별의 핵에 철이 쌓인다.
철은 별의 핵융합 과정에서 더 이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없다.
별 내부의 에너지원이 한계에 도달한다.
그러면 중력이 우세해진다.
별의 중심부는 무너진다.
그리고 외곽 물질은 엄청난 충격을 받으며 폭발한다.
이것이 거대한 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초신성 폭발이다.
그런데 폭발 뒤에 남은 중심핵의 질량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충분히 무겁다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가벼운 경우에는
붕괴가 어느 지점에서 멈춘다.
그 순간 만들어지는 것이
중성자별이다.
중성자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별의 중심부가 붕괴하면
원자 구조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알고 있는 물질은
대부분 텅 빈 공간에 가까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원자의 중심에는 아주 작은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에 전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중성자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이런 원자 구조 자체가 무너진다.
압력이 너무 강해지면서
전자와 양성자가 결합해 중성자를 만드는 과정이 일어난다.
결국 중심부에는
엄청난 수의 중성자가 압축된다.
그래서 이름도
중성자별이다.
도시 크기의 별
중성자별을 처음 접할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크기다.
태양의 지름은 약 140만 킬로미터다.
지구의 지름은 약 1만 2,700킬로미터다.
그런데 일반적인 중성자별의 지름은
대략 수십 킬로미터 규모다.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질량이
도시 하나 정도의 공간 안에 들어간다.
쉽게 말하면
태양의 질량을 서울이나 뉴욕 같은 거대한 도시 정도의 크기로 압축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것이 중성자별의 가장 놀라운 특징이다.
크기는 작지만 질량은 엄청나다.
그렇다면 얼마나 단단한가
중성자별이라는 이름 때문에
"중성자로 이루어진 단단한 공"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중성자별은 여러 층의 구조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바깥에는 얇은 대기와 외피가 있다.
그 아래에는 원자핵과 전자 등이 존재하는 영역이 있다.
더 깊이 들어가면
핵물질이 극도로 압축된 영역이 나타난다.
그리고 중심부에서는
현재의 물리학으로도 정확한 상태를 확정하기 어려운
극한의 고밀도 물질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중성자별의 내부는
지구에서 실험실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가장 극단적인 물질 상태 중 하나다.
중성자별은 왜 붕괴하지 않는가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그렇게 무거운 질량이
도시 크기의 공간에 들어갔다면
왜 블랙홀이 되지 않을까?
핵심은
중성자 물질의 압력이다.
중성자들은 단순히 서로 무작정 압축되는 것이 아니다.
양자역학적 성질 때문에
극도로 높은 밀도에서도 특정한 압력이 발생한다.
이를 통해 중력에 맞서
붕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힘에도 한계가 있다.
중성자별의 질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그 압력으로도 중력을 버틸 수 없게 된다.
그때는 결국
블랙홀로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블랙홀과 중성자별 사이의 경계
이 때문에 중성자별은
블랙홀과 아주 가까운 친척처럼 보인다.
둘 다 거대한 별의 죽음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둘 다 엄청난 밀도를 가진다.
둘 다 강력한 중력을 만든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중성자별에는
물질로 이루어진 표면이 존재한다.
반면 블랙홀에는
사건의 지평선이 존재한다.
중성자별에 떨어지는 물질은
결국 표면에 도달할 수 있다.
블랙홀에서는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간 뒤
외부로 돌아올 수 없다.
중성자별의 하루는 아주 짧다
중성자별은 태어난 직후부터
엄청난 속도로 회전할 수 있다.
별이 붕괴하면서 크기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피겨스케이터의 회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팔을 벌리고 천천히 돌던 사람이
팔을 몸에 붙이면 훨씬 빠르게 회전한다.
각운동량이 보존되기 때문이다.
거대한 별이
엄청나게 작은 중성자별로 압축되면
회전 속도도 크게 증가한다.
그 결과
몇 초에 한 번 회전하는 중성자별부터
1초에 수백 번 회전하는 중성자별까지 존재할 수 있다.
1초에 수백 바퀴
이런 빠른 회전은
우리의 감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중성자별 표면의 한 지점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특히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은
적도 부근의 표면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한다.
그런데도 별이 흩어지지 않는 것은
중성자별의 강력한 중력이
물질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의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천체가 존재하는 것이다.
펄서의 등장
1967년,
천문학자들은 매우 이상한 전파 신호를 발견했다.
규칙적이었다.
너무 규칙적이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전파 신호가 관측됐다.
처음 발견했을 당시에는
그 신호가 너무 정교해서
농담처럼 외계 문명의 가능성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곧 자연적인 설명이 등장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이었다.
이 천체가
우주를 향해 좁은 빔 형태의 전자기파를 방출하고,
그 빔이 지구를 향할 때마다
우리는 신호를 하나씩 관측한다.
이것이 바로
펄서다.
우주의 등대
펄서는 흔히
우주의 등대에 비유된다.
등대가 회전하면서
일정한 방향으로 빛을 보내는 것처럼
펄서도 회전하면서
특정 방향으로 강한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그 빔이 지구를 향하면
우리는 신호를 받는다.
다시 지구를 향하면
또 신호를 받는다.
그래서 규칙적인 맥박처럼 보인다.
펄서라는 이름도
이러한 규칙적인 펄스에서 비롯됐다.
펄서는 왜 그렇게 정확한가
펄서의 회전은
엄청나게 안정적이다.
특히 일부 펄서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주기를 유지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펄서를 일종의
우주 시계처럼 사용한다.
물론 완벽하게 일정한 것은 아니다.
회전 속도는 조금씩 감소할 수 있고,
주변 환경에 따라 변화도 발생한다.
하지만 특정 펄서들은
인류가 만든 정밀한 시계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규칙적인 신호를 제공한다.
펄서로 우주를 측정한다
펄서는 단순한 신기한 천체가 아니다.
천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다.
예를 들어
펄서의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면
중력과 시공간의 특성을 연구할 수 있다.
특히 여러 펄서를 동시에 관측하면
우주 공간을 지나오는
아주 미세한 중력파의 흔적을 찾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분야를
펄서 타이밍 어레이라고 한다.
인류는 별의 죽음이 남긴 잔해를
우주를 측정하는 시계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펄서는 중력의 실험실이기도 하다
중성자별은
강력한 중력장을 가진다.
특히 두 개의 중성자별이 서로를 공전하는
쌍성계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쌍성 펄서다.
두 중성자별 가운데 하나 또는 둘 모두가 펄서라면
매우 정확한 전파 신호를 통해
두 천체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그 결과
궤도의 변화,
에너지 손실,
중력파 방출과 관련된 현상 등을
정밀하게 연구할 수 있다.
중성자별은 완벽하게 매끄러운 공이 아니다
중성자별의 표면이
완전히 매끄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세한 불규칙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중성자별은 엄청난 중력 때문에
표면 구조가 매우 특이하다.
그런데도 아주 작은 표면의 불균일성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중성자별이 매우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이다.
작은 "산" 하나가 만들어지면
회전에 의해
중력파를 발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러한 구조가 실제로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중성자별의 물질 상태와 내부 구조에 달려 있다.
별이 갑자기 더 빨라지는 순간
펄서를 관측하다 보면
때때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평소보다 갑자기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이 현상을
글리치(glitch)라고 한다.
정확한 원인은 모든 경우에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중성자별 내부의 초유체와
별의 외피 및 내부 회전 상태 사이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중성자별 내부에서는
지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양자물질의 물리학이 펼쳐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초유체란 무엇인가
초유체는
아주 특이한 양자 상태의 물질이다.
점성이 거의 없는 상태로
흐를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중성자별 내부에서는
극도로 낮은 온도와 높은 밀도라는 조건 때문에
중성자들이 특이한 양자 상태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중성자별의 회전과 글리치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중성자별은
천문학뿐 아니라
핵물리학과 양자물리학의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마그네타
중성자별 중에는
특히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종류가 있다.
이를
마그네타라고 한다.
마그네타의 자기장은
일반적인 중성자별보다 훨씬 강하다.
지구의 자기장과 비교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 강력한 자기장은
주변의 물질과 전자기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마그네타는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전자기 환경 가운데 하나다.
자기장이 너무 강하면
마그네타 주변에서는
강력한 자기장 때문에
물질의 성질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원자와 전자의 행동도
평범한 환경과 달라진다.
중성자별 표면의 단단한 지각에
엄청난 응력이 쌓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지각이 갑작스럽게 변형되거나
깨지는 과정이 일어나면
강력한 고에너지 방출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흔히
마그네타 폭발 또는
자기장 재구성과 관련된 폭발 현상으로 설명한다.
우주에서 갑자기 터지는 강력한 빛
마그네타에서는
X선과 감마선 영역에서
매우 강력한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에서 관측 가능한
가장 강력한 고에너지 천체 현상 가운데 하나다.
중성자별 자체는 작지만
그 안에 저장된 에너지와
자기장에 담긴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성자별의 자기장은 어떻게 그렇게 강해지는가
별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자기장이
붕괴 과정에서 압축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대한 별이
작은 중성자별로 압축되면서
자기장 역시 극도로 강해질 수 있다.
또한 중성자별 내부의
전도성 물질과 회전,
대류 및 복잡한 자기유체역학적 과정이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내거나
증폭시키는 데 관여할 수 있다.
정확한 형성 과정은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하면
이제 중성자별의 이야기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가보자.
우주에는
중성자별 두 개가
서로를 돌고 있는 쌍성계가 존재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두 천체는
중력파를 방출하면서
서서히 서로에게 가까워진다.
그리고 결국
충돌한다.
그 순간
우주에서 엄청난 폭발적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킬로노바라고 한다.
금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지구에서 사용하는 금을 생각해 보자.
반지,
목걸이,
전자제품,
각종 산업 소재.
그 금의 원자핵은
도대체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오랫동안 천문학에서는
무거운 원소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현재는
중성자별 충돌이
금과 백금 같은
매우 무거운 원소의 중요한 생성 장소 가운데 하나라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중성자별 충돌과 r-과정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 가운데
중요한 것이
**빠른 중성자 포획 과정,
즉 r-과정**이다.
중성자가 매우 풍부한 환경에서는
원자핵이 짧은 시간에
많은 중성자를 포획할 수 있다.
그 결과
매우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중성자별은
이름 그대로 엄청난 양의 중성자를 포함한 천체다.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면
일부 물질이 우주 공간으로 방출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극단적인 환경에서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 몸속의 원소도 별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이 사실은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꾼다.
지구의 금,
백금,
희귀한 중원소들,
그리고 우리 몸을 이루는 다양한 원소들.
이 원소들의 기원은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의
별과 별의 죽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우주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 몸 자체가
우주의 오래된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중성자별 충돌은 새로운 블랙홀을 만들 수도 있다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하면
최종 결과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진다.
합쳐진 천체가
충분히 무겁다면
결국 블랙홀로 붕괴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중력파가 강하게 방출된다.
동시에
엄청난 양의 물질과 에너지가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즉,
중성자별 충돌은
중력파와 전자기파,
그리고 무거운 원소의 생성이
동시에 연결되는
아주 특별한 우주 사건이다.
인류는 그 충돌을 동시에 관측했다
2017년,
과학계는 역사적인 관측을 했다.
중성자별 두 개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검출되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감마선 신호가 관측되었다.
이후 여러 망원경이
가시광선,
적외선,
X선 등 다양한 파장에서
그 사건을 추적했다.
이것은
하나의 천문 현상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시에 관측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이를
다중신호 천문학의 중요한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우주를 하나의 감각으로 볼 필요가 없다
과거 천문학은
주로 빛을 보는 학문이었다.
망원경으로
별과 은하에서 오는 빛을 관측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빛을 볼 수도 있고,
중력파를 측정할 수도 있으며,
중성미자를 탐지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신호를 함께 분석하면
하나의 우주 사건을
훨씬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중성자별 충돌은
이러한 새로운 천문학 시대를
대표하는 사건이다.
중성자별은 우주에서 가장 작은 별이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중성자별은
일반적인 의미의 "별"과는 다르다.
더 이상 중심에서
수소를 태우며 핵융합을 하는
정상적인 별이 아니다.
거대한 별이 죽고 난 뒤 남은
극도로 압축된 잔해다.
그래서 중성자별은
일종의
별의 시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체 안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물리학이 펼쳐진다.
중성자별 표면에 서면
만약 상상 속의 우주비행사가
중성자별 표면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물론 실제로는
그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장비가 없을 것이다.
중성자별의 중력은
지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곳에서는
평범한 물체의 무게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엄청난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중성자별의 빠른 회전과 강력한 자기장까지 고려하면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된다.
중성자별의 표면은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
표면에는
극도로 얇은 대기가 존재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원자핵과 전자가 있는 물질이 있다.
하지만 압력이 증가할수록
원자핵의 구조는 점점 복잡해진다.
더 깊은 곳에서는
핵물질이 서로 압축되며
독특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재미있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성자별 내부의 특정 밀도 영역에서는
핵물질이 파스타처럼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다는
이론적 모델이 있다.
이를 흔히
핵 파스타(nuclear pasta)라고 부른다.
우주에서 만들어진 가장 이상한 파스타
이름은 재미있지만
물리학적으로는 매우 진지한 연구 대상이다.
극도로 높은 밀도에서
원자핵과 물질이
판,
막대,
튜브 같은 복잡한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구조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성자별의 열전도도,
탄성,
중성미자 이동,
회전 변화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중성자별 내부에는
지구에서 직접 만들기 어려운
이상한 물질 상태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중성자별은 거대한 실험실이다
지구의 입자가속기에서는
아주 높은 에너지에서
입자들의 성질을 연구한다.
하지만 중성자별에서는
또 다른 극단을 경험할 수 있다.
엄청난 밀도,
강력한 중력,
강력한 자기장,
빠른 회전,
낮은 온도와 높은 밀도의 양자물질.
이 모든 조건이
한 천체 안에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중성자별 연구는
천체물리학과 핵물리학,
입자물리학,
중력물리학을 연결한다.
중성자별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실 이것은
아직 확실히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바깥쪽 구조는
상대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중심부로 갈수록
문제가 어려워진다.
중성자들이 계속 존재할까?
쿼크 물질이 나타날까?
새로운 형태의 입자가 존재할까?
현재 우리가 모르는
이국적인 물질 상태가 있을까?
가능한 이론은 여러 가지다.
그리고 중성자별의 관측 결과를 통해
그 가운데 어떤 모델이 현실에 가까운지
확인하려고 한다.
별의 무게를 재는 방법
중성자별을 연구하면
흥미로운 물리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중성자별의 질량과 크기를 함께 알면
그 내부 물질의 상태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질량을 가진 중성자별이라도
반지름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내부 물질의 성질에 대한 추론이 달라진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중성자별의 질량과 반지름을
아주 정밀하게 측정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별의 내부를 직접 볼 수 없다
지구에서는
지진파를 이용해
지구 내부 구조를 연구할 수 있다.
태양에서는
태양 내부의 진동을 연구하는
헬리오지진학을 활용할 수 있다.
중성자별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방법이 필요하다.
회전,
맥동,
중력파,
전자기파,
표면의 X선 방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즉,
중성자별의 내부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 내부가 만들어내는 여러 흔적을 통해
간접적으로 구조를 추론한다.
블랙홀보다 작은 별
중성자별을 생각하면
우주에서 크기와 질량의 관계가
얼마나 이상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질량이
수십 킬로미터 안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질량이 계속 증가하면
중성자 물질의 압력도
중력을 이기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블랙홀이라는
더 극단적인 상태로 넘어간다.
중성자별은
블랙홀로 향하는 길목에서
물질이 마지막으로 버틸 수 있는
극한의 상태 가운데 하나다.
중성자별과 인간
중성자별은
우리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가 직접 그 표면을 방문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존재는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다.
중성자별 충돌에서 만들어진 원소가
행성과 생명체의 재료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착용하는 금반지 하나도
아주 오래전 우주에서 일어난
극적인 사건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당신의 금반지는 별의 유산일 수 있다
손가락에 끼워진 작은 금반지를 생각해 보자.
그 안의 금 원자는
지구가 만들어지던 순간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
어딘가에서
별들이 태어나고 죽었다.
중성자별들이 서로 충돌했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그 물질이 우주 공간으로 퍼졌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새로운 별과 행성이 만들어졌다.
그중 하나가
태양계였다.
그리고 지금
그 원소의 일부가
우리 손가락에 놓여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별의 잔해로 만들어졌다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우리 몸의 탄소,
산소,
질소,
칼슘,
철과 같은 원소들은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
이미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원소들의 기원은
이전 세대의 별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일부 무거운 원소들은
중성자별 충돌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별의 탄생과 죽음은
우리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
중성자별이 알려주는 것
중성자별은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우주에는
"단단하다"라는 말조차
일상적인 의미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이 있다.
물질은 압축되고,
원자는 무너지고,
중성자가 지배하는 상태가 되며,
그조차도 중력을 영원히 이길 수 없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으면
블랙홀이 된다.
우주에는
물질이 버틸 수 있는
극한의 경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블랙홀과 중성자별 사이
지난 편에서 우리는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을 살펴봤다.
이번 편에서는
그 바로 앞의 세계를 보았다.
중성자별은
물질이 극한까지 압축되었지만
아직 사건의 지평선을 만들지 않은 천체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중력,
양자역학,
핵물리학,
전자기학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 때문에 중성자별은
블랙홀만큼이나
우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천체다.
그리고 우주는 한 단계 더 극단으로 간다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중력파가 우주를 가로질러 퍼진다.
금과 백금 같은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진다.
때로는 블랙홀이 탄생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건의 흔적을
빛과 중력파로 동시에 포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중성자별이 만들어내는 중력파를
주로 아주 큰 사건에서 관측해 왔다.
그렇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더 미세하고 약한 중력의 흔적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우주 자체가 내는
아주 작은 떨림을 측정할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우주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인류는
그 방법을 찾아냈다.
빛이 아니라
시공간 자체의 흔들림을 이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