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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마지막은 어떠한가

by 이천연 2026. 8. 11.

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리고 태양계의 마지막 순간

매일 아침 태양이 떠오른다.

우리는 너무 익숙해서

태양이 영원히 존재할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태양도 언젠가는 죽는다.

태양은 지금 약 46억 년의 나이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십억 년 동안 빛날 것이다.

하지만 약 50억 년 뒤,

태양은 지금과 전혀 다른 별이 된다.

크게 부풀어 오른 적색거성이 되고,

지구의 운명도 그 과정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훨씬 더 먼 미래에는

태양의 바깥층이 우주로 흩어지고,

남은 중심부는

작고 뜨거운 백색왜성이 된다.

그렇게 태양은

별로서의 삶을 끝낸다.

그런데 여기에는 더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

태양의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니다.

별의 죽음은

새로운 별과 행성,

그리고 생명을 만드는 재료를 우주에 공급한다.

우리가 지금 몸을 이루고 있는 탄소와 산소,

칼슘과 철 같은 원소들 역시

먼 옛날 별 내부에서 만들어졌거나

별의 죽음 과정에서 우주로 퍼져 나왔다.

즉,

별의 죽음은 다른 세계의 탄생을 위한 시작이기도 하다.

오늘은

태양 하나의 운명을 넘어

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살아가며,

어떻게 죽는지

그 긴 여행을 따라가 보자.

 

별은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밤하늘의 별은

처음부터 별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별은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에서 태어난다.

이를 분자운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주로 수소와 헬륨이 존재하며,

아주 작은 먼지 입자와

다양한 분자들도 섞여 있다.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대한 어둠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수많은 별이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중력이 시작을 만든다

별의 탄생에는

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지역의 밀도가 주변보다 높아지면

그곳의 물질이 서로를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물질이 더 많이 모일수록

중력은 강해진다.

중력이 강해지면

더 많은 가스가 끌려온다.

그러면 질량이 더 커진다.

다시 중력이 강해진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서

가스 구름의 일부가 점점 압축된다.

그리고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별이 태어나는 첫 단계다.

 

아기별의 탄생

가스가 계속 수축하면

중심부에 뜨겁고 밀도 높은 영역이 만들어진다.

이를 원시별이라고 한다.

아직 진정한 의미의 별은 아니다.

중심에서 안정적인 핵융합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시별은

이미 주변 물질을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그리고 회전하면서

주변에 원반을 만들기도 한다.

이 원반이

훗날 행성계의 재료가 될 수 있다.

태양계 역시

약 46억 년 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태양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태양이 만들어질 당시

태양 주변에는 거대한 가스와 먼지 원반이 있었다.

먼지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고 달라붙으면서

점점 더 큰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작은 암석.

더 큰 암석.

수십 km 크기의 천체.

그리고 행성의 씨앗인

미행성체들이 만들어졌다.

이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오늘날의 행성들이 만들어졌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그리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행성들은

태양이 탄생할 때 남은 재료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별이 진짜 별이 되는 순간

원시별 중심의 온도가 충분히 높아지면

마침내 중요한 일이 시작된다.

핵융합이다.

수소 원자핵들이

엄청난 온도와 압력 아래에서

헬륨으로 합쳐진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 에너지가

빛과 열의 형태로 우주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중력으로 안쪽으로 무너지려는 힘과

핵융합이 만들어내는 압력이 균형을 이룬다.

이때 별은

안정적인 상태에 들어간다.

이 단계가

별의 일생에서 가장 긴 시기 가운데 하나인

주계열 단계다.

태양도 지금 이 단계에 있다.

 

태양은 거대한 핵융합 발전소다

태양 내부에서는

매초 엄청난 양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된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식

E = mc²

가 바로 이 과정과 연결된다.

아주 작은 질량의 차이가

엄청난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

그 에너지가 태양 내부를 통과하고

마침내 표면에서 빛으로 방출된다.

우리가 피부에서 느끼는 햇빛도

태양 중심에서 시작된 에너지의 최종적인 결과다.

 

태양 중심의 빛은 바로 지구에 도착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태양 중심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곧바로 지구에 오는 것은 아니다.

태양 내부는 매우 조밀하다.

광자는 물질과 계속 상호작용하며

방향을 바꾼다.

따라서 중심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태양 표면까지 이동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하지만 태양 표면에서 방출된 빛은

진공 상태의 우주를 지나

약 8분 20초 만에 지구에 도착한다.

 

태양은 언젠가 수소를 다 쓴다

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핵융합을 할 수 있는 연료다.

태양은 중심부의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수소는 무한하지 않다.

언젠가 중심부의 수소가 크게 줄어들면

태양은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때부터

태양의 운명이 크게 변하기 시작한다.

 

약 50억 년 뒤

태양의 중심부에

수소 연료가 거의 고갈되면

핵융합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바뀐다.

중심부는 중력에 의해 더욱 압축된다.

그러면서 온도가 올라간다.

한편

중심부 주변에서는

새로운 수소 핵융합이 계속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태양의 바깥층은 크게 팽창한다.

태양은

지금보다 훨씬 거대한 별이 된다.

적색거성이다.

 

태양이 지구를 삼킬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면

현재보다 수백 배까지 크게 팽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성은 거의 확실히 큰 영향을 받는다.

금성과 지구의 운명도

매우 위태롭다.

태양의 정확한 미래 진화와

지구 궤도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지구가 최종적으로 태양의 외곽층에 직접 삼켜질지 여부는

모델에 따라 세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구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삼켜지지 않더라도

훨씬 이전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행성이 된다.

 

지구는 훨씬 먼저 죽는다

사실 지구의 문제는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는 순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태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밝아진다.

앞으로 약 10억 년 규모의 긴 시간 동안

태양의 밝기가 증가하면

지구의 기후는 점점 뜨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바다가 크게 증발하고,

대기의 구조가 바뀌며,

지구는 지금과 같은 생명 친화적인 환경을 잃을 수 있다.

즉,

지구의 생명체에게는

태양의 적색거성 단계가

너무 늦게 찾아온다.

생명의 관점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만약 인류가

수억 년,

수십억 년 동안 살아남는다면

지구에 계속 머물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인공 거주지를 만들 수도 있다.

화성이나

태양계의 위성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혹은

아예 다른 항성계로 이동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모두 미래의 가능성이다.

하지만 태양의 진화는

인류에게 언젠가 반드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지구 밖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가?"

 

적색거성의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태양이 적색거성이 된 후

중심부의 온도는 더욱 올라간다.

마침내 헬륨 핵융합이 시작된다.

헬륨 원자핵들이 합쳐져

탄소와 산소 같은 더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진다.

이 단계는

태양에게 매우 중요한 변화다.

별은 단순히 수소를 태우는 존재가 아니다.

별 내부의 핵융합 과정은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는

우주의 거대한 화학 공장이다.

 

별은 원소를 만든다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원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수소는 우주 초기부터 풍부하게 존재했다.

헬륨 역시 대부분 초기 우주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규소,

철 같은 더 무거운 원소들은

별 내부의 핵융합 과정과

별의 죽음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즉,

별은 우주의 화학 원소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공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태양은 철까지 만들 수 없다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태양처럼 질량이 비교적 작은 별은

핵융합을 통해

철보다 무거운 원소까지 계속 만들어낼 수 없다.

중심부의 조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태양은

탄소와 산소가 주로 남은 중심부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중심부에서 안정적으로 핵융합을 계속할 수 없게 된다.

그 순간

태양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간다.

 

태양의 마지막 외투

태양은 마지막 단계에서

바깥층을 우주로 방출한다.

아름다운 가스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 행성상 성운이라고 한다.

이름 때문에

행성과 관련된 구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행성이 아니다.

과거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으로 봤을 때

행성과 비슷하게 보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실제로는

죽어가는 별이 자신의 외부 물질을

우주 공간에 퍼뜨린 것이다.

 

그리고 중심에 남는 것

바깥층을 잃은 태양의 중심에는

작고 뜨거운 잔해가 남는다.

바로 백색왜성이다.

백색왜성은

지구 정도 크기에 가까운 규모로 압축될 수 있지만

태양과 비슷한 정도의 질량을 가질 수도 있다.

엄청나게 밀도가 높다.

하지만 더 이상

태양처럼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저 뜨거운 열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우주로 방출하며 식어간다.

 

백색왜성은 어떻게 버티는가

백색왜성에서는

일반적인 기체 압력이 아니라

전자 축퇴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자역학의 원리 때문에

전자들은 같은 상태에 무한히 겹쳐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중력에 맞서

백색왜성을 지탱한다.

우주의 거대한 천체가

양자역학의 법칙에 의해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은 다른 운명을 맞는다

여기서부터

별의 세계는 더욱 극적으로 변한다.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은

더 높은 압력과 온도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탄소,

산소,

규소 등의 핵융합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결국

중심부에 철이 쌓인다.

그리고 여기서

별의 운명이 급격히 바뀐다.

 

철은 특별하다

철보다 가벼운 원소의 핵융합은

적절한 조건에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

하지만 철을 중심으로 한 핵융합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거대한 별의 중심에

철핵이 형성되면

별은 더 이상

핵융합으로 중력을 효과적으로 지탱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엄청나게 빠른 붕괴가 시작된다.

 

몇 초 안에 일어나는 대재앙

거대한 별의 중심부가 붕괴한다.

엄청난 물질이

순식간에 안쪽으로 무너진다.

그리고 중심부가 붕괴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별의 외부층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우주로 튀어나간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Supernova)이다.

 

초신성은 얼마나 밝을까

초신성은

엄청나게 밝다.

일시적으로

하나의 별이

은하 전체에 맞먹는 밝기를 낼 수도 있다.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폭발 현상 가운데 하나다.

수천만,

수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폭발은

단순히 별 하나가 사라지는 사건이 아니다.

우주에 엄청난 양의 원소를 퍼뜨리는

거대한 화학적 사건이기도 하다.

 

우리 몸도 별의 흔적이다

이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

산소,

칼슘,

철 같은 원소는

우주의 별들과 깊은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혈액의 헤모글로빈에는 철이 필요하다.

뼈에는 칼슘이 있다.

우리 몸의 유기분자에는 탄소가 있다.

이 원소들은

우주 초기부터 모두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별의 내부와 별의 죽음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우주에 퍼진 물질들이

훗날 새로운 별과 행성의 재료가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말 그대로

별의 잔해로 만들어진 존재다.

 

초신성 이후에는 무엇이 남을까

별의 질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어떤 별은

중성자별이 된다.

중성자별은

엄청난 질량을

도시 정도 크기의 영역에 압축한 천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밀도가 높다.

한 숟가락의 중성자별 물질이

지구에서 엄청난 질량을 가질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실제로 숟가락으로 퍼낼 수 있는 물질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극단적인 밀도를 비유한 것이다.

 

펄서

일부 중성자별은

엄청나게 빠르게 회전한다.

그리고 강력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다.

이 천체가 전파 등의 신호를

주기적으로 방출하면

우리는 그것을 펄서(Pulsar)라고 부른다.

어떤 펄서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주기로 신호를 보낸다.

우주에서

거대한 자연의 시계처럼 작동한다.

 

그리고 더 무거운 별은

질량이 훨씬 큰 별은

초신성 이후

중성자별조차 버티지 못할 수 있다.

중력은 계속해서

물질을 안쪽으로 압축한다.

그리고 결국

블랙홀이 탄생할 수 있다.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의 영역이다.

별 하나의 죽음이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천체 중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별은 죽으면서 우주를 풍요롭게 한다

이제 별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보자.

별은

수소를 태우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든다.

죽을 때

그 원소를 우주 공간으로 방출한다.

그 물질은

다시 새로운 별을 만든다.

새로운 행성을 만든다.

그리고 그 행성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도 있다.

즉,

별의 죽음은

우주적인 재활용 과정이다.

 

태양이 죽은 뒤에도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태양이 백색왜성이 된다고 해서

태양계 전체가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행성이나 작은 천체는

그 주변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태양이 현재와 같은 밝기와 에너지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태양계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 된다.

태양은

점점 식어간다.

아주 먼 미래에는

빛과 열도 크게 줄어든다.

그리고 태양은

우주에 있는 수많은 백색왜성 가운데

하나가 된다.

 

백색왜성은 영원히 빛날까

아니다.

백색왜성은

새로운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들지 않는다.

처음에는 매우 뜨겁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식는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아주 차갑고 어두운 천체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상의 천체를

흑색왜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실제 흑색왜성이 존재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다.

흑색왜성은

아직 이론적인 미래의 천체다.

 

별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다

태양의 운명을 생각하면

처음에는 조금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매일 우리에게 빛을 주는 태양도

언젠가는 죽는다.

하지만 별의 관점에서는

죽음이 반드시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별이 남긴 물질은

우주로 퍼진다.

그 물질은

다음 세대 별의 재료가 된다.

새로운 행성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명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우주에는

이런 별의 탄생과 죽음이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태양도 여러 세대의 별 가운데 하나다

태양은

우주에서 최초로 태어난 별이 아니다.

태양이 태어나기 전에도

수많은 별이 존재했다.

그 별들은

살아가면서

탄소와 산소,

철과 같은 원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죽으면서

그 물질을 우주에 뿌렸다.

그 물질이 모여

약 46억 년 전

태양과 태양계가 만들어졌다.

즉,

태양 역시

이전 세대 별들이 남긴 유산 위에서 태어난 별이다.

 

그리고 지구는 그 유산 위에 있다

지구의 암석을 분석하면

태양계가 형성되기 이전의

오래된 물질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운석에는

태양보다 오래된

미세한 광물 입자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 입자들은

먼 옛날 다른 별 주변에서 만들어졌다.

그 별이 죽은 뒤

우주 공간으로 퍼졌고,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그 일부가 섞였다.

우리가 밟고 있는 지구의 물질 가운데 일부는

태양보다 오래된 것이다.

 

별의 죽음이 생명을 만든다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과 적당한 온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탄소,

질소,

산소,

인,

황,

철 등

다양한 원소가 필요하다.

그 원소들이 없다면

지구와 같은 복잡한 생명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원소 상당수가

별의 내부와 죽음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별이 죽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우주는 거대한 순환을 반복한다

가스와 먼지가 모인다.

별이 태어난다.

별이 빛난다.

원소가 만들어진다.

별이 죽는다.

물질이 우주로 퍼진다.

다시 가스와 먼지가 모인다.

새로운 별이 태어난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수십억 년에 걸쳐

우주는 끊임없이 물질을 재활용해 왔다.

그리고 그 긴 과정의 어느 한 지점에서

태양이 태어났다.

그 주변에서

지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구에서

생명이 등장했다.

 

태양의 죽음은 인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재로부터 약 50억 년 뒤의 인류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류가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다.

전혀 다른 형태의 문명이 되었을 수도 있다.

태양계 밖으로 퍼져나갔을 수도 있다.

혹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태양의 수명은

인류의 역사보다 훨씬 길지만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유한하다.

그리고 언젠가

지구도 태양의 변화 앞에서

현재와 같은 삶의 터전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별을 바라본다는 것

오늘 밤 하늘을 바라보자.

우리가 보는 별들은

모두 같은 상태가 아니다.

어떤 별은 이제 막 태어나고 있다.

어떤 별은

수십억 년 동안 빛나고 있다.

어떤 별은

죽어가는 과정에 있다.

어떤 별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 빛이 아직 지구에 도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밤하늘은

현재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별들의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섞여 있다.

 

태양도 언젠가 별이었던 시절을 지나간다

지금의 태양은

안정적인 중년의 별에 가깝다.

아직 수십억 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이 지나면

태양도 늙는다.

적색거성이 된다.

바깥층을 잃는다.

백색왜성이 된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식어간다.

그 순간

태양은 더 이상

지구의 하늘을 밝히는 거대한 불덩이가 아니다.

우주를 떠도는

작고 뜨거운 별의 잔해가 된다.

 

그렇다고 태양의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태양이 죽어도

태양을 구성했던 원자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탄소와 산소,

헬륨과 다른 원소들은

태양의 외부층과 함께 우주로 퍼질 수 있다.

그 물질은

먼 미래에

새로운 천체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새로운 별이 태어나고,

새로운 행성이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 생명체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떤 오래된 별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 별의 이름은

태양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별의 끝에서 태어났다

이것이 별의 죽음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사실이다.

우리는 우주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우리 몸의 원자는

수십억 년 전 별들의 내부를 거쳤다.

그 원자들은

별이 죽을 때 우주로 퍼졌고,

새로운 별과 행성의 재료가 되었다.

그리고 결국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생명체의 몸을 이루었다.

그래서 우리가 밤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사실은

우주가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별은 죽지만 우주는 계속된다

태양은 죽는다.

다른 별들도 죽는다.

하지만 우주는 계속된다.

새로운 별이 태어나고,

새로운 행성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다.

우주에서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

별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한 별의 마지막 빛은

다른 세계의 첫 번째 빛을 위한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순환 속에서

우리 역시 잠시 등장한 존재다.

우리는 태양을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태양 역시

우주가 만들어낸 수많은 별 가운데 하나다.

언젠가 태양이 죽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것은 우주의 실패가 아니다.

별이 자신의 역할을 끝내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새로운 별의 재료가 우주로 흩어진다.

어쩌면 먼 미래의 어느 행성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다시 밤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한 채

별을 바라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몸속에는

아주 오래전 별이 남긴 원자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별은 죽고,

별의 물질은 다시 살아간다.

그리고 우주는

순환을 끝없이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