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겨우 5%에 불과하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우리는 수많은 별을 본다.
태양이 있고,
달이 있고,
행성이 있고,
은하가 있다.
망원경은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까지 보여준다.
인류는 오랫동안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가 보는 것이 우주의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천문학자들은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발견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것.
별.
행성.
가스.
먼지.
은하.
심지어 우리 몸까지.
이 모든 것을 합쳐도 우주의 **약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5%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그것을 두 가지 이름으로 부른다.
암흑물질(Dark Matter).
그리고 암흑에너지(Dark Energy).
이 둘은 현대 물리학이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거대한 미스터리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보이지 않는 우주의 진짜 모습을 함께 들여다보자.
우리는 우주의 극히 일부만 알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우주의 구성 비율은 다음과 같다.
- 보통 물질(원자) : 약 5%
- 암흑물질 : 약 27%
- 암흑에너지 : 약 68%
여기서 보통 물질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다.
지구.
사람.
태양.
목성.
고양이.
공기.
바다.
은하.
망원경으로 보이는 모든 천체.
전부 합쳐도 5%.
즉,
우리가 평생 연구해 온 우주는
실제로는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암흑물질은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처음부터 암흑물질을 찾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상한 현상을 설명하려다 발견했다.
1930년대.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은하단을 연구하고 있었다.
은하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는 계산이었다.
눈에 보이는 별들의 질량만으로는
그 속도를 유지할 수 없었다.
그 정도 속도라면
은하들은 이미 흩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대로 모여 있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질량이
은하들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츠비키는 이것을
'암흑물질'이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거의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결정적인 증거
197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은 은하의 회전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태양계를 생각해 보자.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행성의 공전 속도는 느려진다.
수성은 매우 빠르다.
해왕성은 훨씬 느리다.
중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은하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했다.
은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별들의 공전 속도는 감소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은하 가장자리의 별들도
중심 근처 별들과 거의 같은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이는 은하 바깥까지 보이지 않는 질량이 넓게 퍼져 있다는 뜻이었다.
베라 루빈의 연구는 오늘날 암흑물질 가설의 가장 강력한 근거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암흑물질은 보이지 않는다
암흑물질이라는 이름 때문에
검은 물질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
암흑물질은
검은 것이 아니라
빛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 물질이다.
빛을 반사하지 않는다.
흡수하지도 않는다.
방출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망원경으로도 직접 볼 수 없다.
하지만 중력은 만든다.
즉,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질량은 존재한다.
우리는 그 중력 효과를 통해
암흑물질의 존재를 추정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지도를 그리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을 어떻게 연구할까?
바로 중력렌즈를 이용한다.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크면
공간이 휘어진다고 설명했다.
빛도 그 휘어진 공간을 따라 이동한다.
따라서 거대한 은하단 뒤에 있는 은하는
빛이 휘어지면서
모양이 늘어나거나 여러 개로 보일 수 있다.
이 현상을 분석하면
어디에 얼마나 많은 질량이 있는지 계산할 수 있다.
놀랍게도
눈에 보이는 별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
거대한 질량이 존재한다.
그것이 암흑물질의 지도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물질을
빛이 휘어지는 모습을 통해 '그려내는' 셈이다.
암흑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암흑물질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직 모른다.
현재 여러 후보가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가설은 다음과 같다.
WIMP(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
오랫동안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전 세계 지하 실험실에서 찾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검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다른 후보는
액시온(Axion)이다.
매우 가볍고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 가상의 입자다.
최근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여러 새로운 입자 가설이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암흑물질의 정체는 미해결 상태다.
암흑물질이 없다면
암흑물질은 단순한 추가 요소가 아니다.
없다면
현재의 우주는 존재하기 어렵다.
우주 초기에
가스는 중력으로 모여 은하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보통 물질만으로는
충분히 빠르게 모일 수 없었을 것으로 계산된다.
암흑물질이 먼저 중력의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보통 물질이 모여
별과 은하가 탄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우리 은하도.
태양도.
지구도.
그리고 우리도.
암흑물질의 도움을 받아 탄생했을지 모른다.
이제 더 큰 미스터리
암흑물질만으로도 충분히 신비롭다.
그런데 더 놀라운 존재가 있다.
암흑에너지다.
1998년.
천문학자들은 아주 먼 초신성을 관측했다.
원래는 우주의 팽창이
점점 느려지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중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측 결과는 정반대였다.
우주는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었다.
누군가
우주를 계속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암흑에너지의 등장
과학자들은
이 알 수 없는 힘에
암흑에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이름을 붙였다고
정체를 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름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라는 뜻에 가깝다.
현재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주 에너지의 약 6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의 대부분이
정체를 모르는 에너지인 셈이다.
진공도 비어 있지 않다
양자역학은 흥미로운 사실을 말한다.
완전히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공에서도
입자와 반입자가 순간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진다.
이를 양자 요동이라고 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이 진공 에너지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계산 결과와 실제 관측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우주의 운명을 결정하는 존재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미래를 결정한다.
만약 지금처럼 계속 작용한다면
은하들은 점점 더 멀어진다.
수천억 년 후에는
우리 은하 밖의 대부분 은하가 너무 멀어져
빛조차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
그 미래의 천문학자는
다른 은하를 전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우주 전체가
우리 은하 하나뿐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차이
두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전혀 다르다.
암흑물질은
중력을 만들어
물질을 서로 끌어당긴다.
반대로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팽창을 가속하며
은하들을 서로 멀어지게 만든다.
하나는 붙잡는 힘.
다른 하나는 밀어내는 힘.
현재 우주는
이 두 힘의 균형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실험
전 세계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을 찾기 위해
거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 수천 미터 깊은 연구시설에서는
우주선의 영향을 피한 채
희귀한 입자를 검출하려 한다.
거대한 입자가속기에서는
새로운 입자가 만들어지는지 연구한다.
우주망원경은
은하들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그리고 차세대 관측 장비들은
우주의 구조를 더욱 자세히 그려 나가고 있다.
이 모든 연구의 목표는 하나다.
우주의 95%를 이해하는 것.
혹시 우리가 틀린 것은 아닐까
일부 과학자는
암흑물질이 없는 대신
중력 법칙 자체가
아주 큰 규모에서는 조금 다르게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연구한다.
대표적으로 수정 뉴턴 역학(MOND) 같은 이론이 제안되었다.
이런 이론들은 일부 은하의 운동을 설명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은하단, 우주배경복사, 중력렌즈 등 여러 관측을 동시에 설명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현재는 암흑물질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설명이 더 많은 관측과 잘 맞는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학은 언제나 하나의 가능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모든 가설은 관측과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된다.
우주는 아직 대부분이 미지의 세계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만들고,
달에 사람을 보내고,
블랙홀의 그림자를 촬영했다.
그러나 정작 우주의 대부분은 아직 이름만 붙여 놓았을 뿐이다.
암흑물질은 무엇인지 모른다.
암흑에너지가 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우주의 95%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이 사실은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발견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말해 준다.
과학은 모든 답을 가진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질문을 더 많이 만들어 내는 과정에 가깝다.
그리고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지금 이 시대 과학이 마주한 가장 위대한 질문 가운데 하나다.
어쩌면 미래의 어느 젊은 과학자가 이 수수께끼를 풀어낼지도 모른다.
그 순간 우리는 우주를 다시 이해하게 될 것이고,
교과서는 새롭게 쓰일 것이다.
우주는 여전히 조용하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의 대부분이 숨어 있다.